별샘편지 2

별샘편지 2

개인이나 국가나 민족이나 역경의 시련 속에서 단련되지 않고서 이루어진 위대한 것은 없다. 도가니 속에서 수천도의 열로 달구어지고 망치로 두들겨 맞아서 정련되지 않고서는 예리한 보검(寶劍)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수난의 골짜기에서 발밑만 내려다 보고 허덕인다면 마지막 이르는 곳은 멸망의 함정일 뿐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초인적 힘으로 뛰쳐나와야 비로소 새로운 광명의 세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이 비참할수록 가슴 속에 품은 이상은 높아야 한다. 인류의 역사를 읽을 때에 갈피마다 느끼는 진진한 흥미는 역사적 사명을 다한 민족과 국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억척스리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목에 집중된다. (중략) 달 없는 칠암(漆暗)의 깊은 밤에 험한 골짜기를 벗어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앞을 보게 하는 등불과 걸어갈 방향을 분명하게 판단하는 현명한 인도자이다. (중략) 역사는 생명을 짜내는 한 폭의 깁이다. 아름다운 생명의 약동만이 빛나는 역사 창조의 씨와 날이 되는 것이다. 이 역사 창조의 소재가 되지 못하는 생을 일러 티끌같다 할 것이다. 인생이 어찌 신념 없이 살 것인가 사명 없이 살 것인가. 우리나라 청년들이 선각자들의 그 신념을 신념으로, 그 이상을 이상으로 한다면 우리의 바라는 비전은 통일된 국토 위에 확실히 실현될 것이요, 우리의 문화가 세계에 기여할 날도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신은 스스로 돕는 사람만을 돕는다’라고 갈파한 금언은 천고의 진리가 아닐 수 없다. 덴마크의 애국자들은 우리에게 요행을 버리라고 경고한다. 스스로 씨뿌리지 않은 땅에서 열매를 거두고자 하는 따위 근성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가 겪는 역사적 고난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힘을 다하지 않는 한, 결코 우리의 걷고 있는 험난한 골짜기를 벗어날 수는 없다.

– 출처 : 『새 역사를 위하여』